Virgil Abloh spin-off series: 다른듯 닮아있는,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수장
요즘은 ‘힙’스러움이 없다면 그게 명품 업계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죠. 그만큼 스트릿 패션의 영향이 입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는듯 합니다. 대담한 디자인 접근 방식과 독창성으로 대형그룹 LVMH의 간택을 받은 사람이 있죠? 바로 매튜 윌리엄스입니다.
빈트릴 크루: (왼쪽부터) 버질 아블로, 헤론 프레스톤과 매튜 윌리엄스
해변가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어린아이. 응급실 의사가 꿈이었던 아이. 매튜 윌리엄스의 유년 시절입니다. 패션계와는 거리가 멀었죠? 전통적인 패션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현장 실무 경험으로 인맥과 실력을 쌓아 나갔죠. 음악계에서 무대 의상을 작업하는 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칸예 웨스트와 레이디 가가 등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인맥풀을 넓혀 갔습니다. 특히 그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던 칸예 웨스트가 본인의 크루에 가입하길 권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과도 관계를 쌓아가죠. 이때 버질 아블로와의 인연이 이어져 같이 프로젝트성 브랜드인 ‘빈 트릴’에도 참여하는 등 아트 디렉터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됩니다.
홀로서기의 시작: 1017 ALYX 9SM
매튜 윌리엄스는 와이프와 함께 그들의 딸 이름인 알릭스(ALYX)로 2015년 브랜드를 처음 런칭하게 됩니다. 다른 스트릿 브랜드들처럼 “youth culture”가 기반이 되어있긴 하지만 알릭스는 조금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패션에 기점을 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죠. 그가 바로 패션계의 새로운 장르, 테크웨어 트랜드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여성복 위주의 활동만 보여주었지만, 남성복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합니다. 스토리텔링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알릭스가 자신의 세게관을 표출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창구라고 표현하며, 제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와 생산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일관된 패션 철학: 모더니티(modernity)
알릭스의 시그니처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버클인데요. 탄생 일화도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딸과 놀이동산에 놀러 갔던 매튜 윌리엄스가 문득 롤러코스터 버클이 세련되다고 느껴 본인의 디자인에 적용시켰다고 하죠. 이처럼 매튜 윌리엄스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영감을 놓치지 않는 아주 섬세한 디자이너입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디올의 수장 킴 존스가 그를 영입해 콜라보도 진행했죠. 매튜 윌리엄스는 본인의 모더니티 철학을 지방시에 녹여내며 ‘색다른 우아함’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찰
현재 패션계의 초점은 ‘지속 가능성’인데요. 매튜 윌리엄스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고민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는 그의 브랜드 1017 ALYX 9SM에 IOTA 기반의 채널을 론칭했다고 하는데, 이는 원재료의 출처나 의류의 생산 장소, 물류의 선적 이력 등 알릭스의 제품 공급망을 QR코드로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브랜드의 투명함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도를 높인 거죠. GQ 인터뷰를 통해 “나는 세계가 더는 옷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할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야 하죠. 그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라고도 그의 윤리적인 패션에 대한 생각을 비췄죠.
독학으로 패션을 배웠지만 자신의 브랜드와 대형 패션 하우스 지방시까지 운영하고 있는 매튜 윌리엄스. 이제 명품 브랜드에서도 스트릿 패션 브랜드 출신의 디자이너를 속속 임명하고 있으며 이미 스트릿 시장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윌리엄스는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에스파를 2021 브랜드 엠베서더로 선정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는데요. 지방시가 K-POP 아티스트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한 것은 ‘에스파’가 최초이며, 개별 멤버가 아닌 그룹이 한 브랜드의 얼굴이 된 것 역시 패션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네요. 본인이 패션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것처럼 에스파의 뚜렷한 세계관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걸까요? 코로나 시기에 디렉터로 임명되며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평가받는 그지만 앞으로의 매튜 윌리엄스의 행보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