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미술품 이어 명품·한우까지 투자 혁신 등장
소액투자로 고가 자산 공동 소유…매각후 수익 비례 배분
2030년 367조원 규모로 급성장 전망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고가의 명품 에르메스백도 이젠 단돈 1000원으로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확히는 '소유'할 수 있다. 수백억원대 압구정 빌딩도 단돈 1만원이면 충분하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고가 자산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혁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각투자는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자산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공동으로 투자해 조각처럼 쪼개 소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각투자를 선호하는 이용자 중 MZ 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의 지난해 시장조사 결과 카사, 뮤직카우, 뱅카우 등 대표 플랫폼의 이용자 구성에서 20~30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소액으로 고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각투자 대상은 부동산(빌딩, 물류센터), 미술품, 음악 저작권에서 명품, 한우, 와인, 슈퍼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명품 조각투자는 고가의 시계나 가방 등을 플랫폼이 선매입한 후 투자자를 모집해 일정기간 보유하다 가격 상승 시 매각한 수익을 지분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명품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에르메스, 로마네꽁띠, 르루아, 롤렉스 등 총 209개의 블루칩 상품을 소개하며 누적 유저 60만명을 확보했다. 2023년 4월 기준 매각을 완료한 상품 58개의 평균 수익률은 10.1%, 최고 수익률은 42.1%를 기록했다. 특히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MZ세대들의 관심사에 맞는 투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앱 기반의 간편한 투자 방식과 소액 투자 가능성이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아떨어지면서 조각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폭발적이다. 삼정KPMG의 ‘2025년 국내 디지털금융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최대 367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투자 대체재가 아니라, 자본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수십억 원이 필요한 강남 빌딩이나 억대 미술품에 극소수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소액으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보고서는 밝은 전망에 대한 근거로 두 가지를 내놨다. 첫째,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한시적 유예에 머물렀던 조각투자는 향후 증권형 토큰(STO) 제도와 맞물려 자본시장법 체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둘째, 투자자층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는 20·30대 위주의 ‘새로운 투자 놀이’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은퇴자산 운용을 고민하는 중장년층까지 가세하며 시장의 저력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4월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2023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토큰증권을 전자증권 제도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장외거래 중개업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정KPMG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방향이나 투기 과열과 투자자 보호 공백에 대해서는 리스크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실물 자산 가격 평가의 불투명성, 플랫폼의 수익 배분 구조, 청산 절차 미비 등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 없이는 시장 규모 확대가 오히려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조각투자는 금융 민주화와 투자 기회의 확장을 이끄는 한편, 제도적 틀 안에서 정착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2030년 367조원 시장으로의 도약은, 제도권 금융이 얼마나 빠르게 이 혁신을 흡수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반면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MZ세대가 조각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이전 세대처럼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을 통해 급격하게 부를 늘리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들이 현재 갖고 있는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도 작다"며 "MZ세대는 조각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투자처라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중장년층의 조각투자 참여에 대해서 그는 "중장년층은 전통적인 투자처 이외에서 큰 수익을 낸 이들의 사례가 소셜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 새로운 투자 채널에 관심을 갖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조각투자 시장의 급성장에 대해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아직은 조각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 아니고 안전망도 충분하지 않아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서 정부에서도 준비가 필요하고 투자자 역시 공부가 필요하다"며 제도적 보완과 투자자 교육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각투자 활성화와 함께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각투자 시장 참여자 측면의 리스크와 STO 제도 도입 초기 단계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제도적·법적 기반이 안정화돼야 거래비용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